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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 마스크 & 손소독제

작성자
BrandKim
작성일
2020-02-09
조회
5112
“대표님 KF94 마스크 200만장 단가 1,800원 현찰 거래조건입니다”
>>> “그 가격으론 양심상 거래처에 제안하기 어렵습니다. 전 포기입니다”

“대표님 손 세정제 100ml 2만개 2,800원 선수금 50%, 10일 후 납기 시 50% 조건입니다”
>>> “얼마 전에 핸드크림 100ml 10만개 생산 시 제조원가가 380원이었는데 도저히 그 가격으론 어렵겠습니다”

2019년은 팽수의 해였다면
2020년 경자년 새해 화두는 당연 코로나 바이러스와 황사마스크일 것이다.

필자의 주업은 브랜드와 관련된(해외브랜드 서치, 런칭, 라이센싱, 매칭) 일이다.

하지만 필자의 오랜 업력은 유통, 그중에서도 B2B(Business to Business) 쪽이다.

처음에는 브랜드를 런칭하는 라이센시 신규제품 홍보에 작은 도움이 될까하여 시작한 B2B유통이 지금은 하루 평균 주문 건수가 수 백 건이 넘었고,
월별 세금계산서를 끊어주는 업체가 100여 곳이 넘었으며, 신규 제품 런칭 시 약 14,000여 곳의 중소 유통기업에 메일링을 통해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내 본업은 무엇일까? 하는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기도 하다.

오늘은 요즘 한창 이슈가 되는 ‘황사마스크’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펜을 들었다.

마크스 대란이 설 명절 때부터 시작되었다고들 하나, 실은 마스크이야기가 처음 나온 때는 설 명절 약 1주일 전이었다.

중국 바이어가 수량은 상관없으니 무조건 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중국 바이어가 요청한 수량은 약 2,000만장이었다.
실은 당시만하더라도 필자도 마스크를 자체 브랜드로 런칭을 하려고 제조업체와 긴밀하게 이야기가 오고가던 때이기도 하다.

- 제조사가 제시한 조건은 MOQ(미니멈수량) 3만장, 개당 320원(VAT별도) -

당시만하더라도 마스크가 제조사 입장에서는 애물단지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마스크 호황, 이를 학습한 많은 제조사들이 뛰어들었었는데
이후 생각보다 판매량이 저조했기 때문에 창고마다 마스크 재고가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많은 분들이 마스크의 유통기간이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데
마스크의 유통기한은 3년이다. 이러다 보니 어떡하던지 재고를 처분해야하는 제조사 들이 많았었다.

필자도 처음 중국 바이어의 요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평소 이것저것 요청도 많았었고, 수량도 터무니없이 많았고, 또한 메이드 되는 일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 명절이 끝남과 동시에 전화통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요청은 아래와 같았다.
- 마스크 수량 관계없이 매입.
- 현장에서 제품 인수와 동시에 현금 결재 조건.

이때부터 마스크 제조사 대표와의 연락이 잘 안되기 시작되더니 급기야 두절되기 시작하였다, 지금 발주를 받아 논 물량만 4,000만장이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는 내용이 끝이었다.
불과 2주전만 하더라도 최소한의 MOQ로 제조를 부탁한다던 “갑”과 “을”이 완전히 바뀐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마스크 가격이 시간단위로 급상승하기 시작했으며, 돈 들고 뛰어가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평소의 유통구조는 완전히 파괴된 대란이 시작되었다.

다행이도 필자는 오랜 유통경력으로 여기저기서 적게는 수 만장 많게는 백만여장의 단위로 재고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매입까지의 과정은 전혀 녹녹치 않았다.

320원짜리 마스크가 하루사이에 420원, 반나절 후엔 480원, 그리고 다음날에는 560원...

필자가 마지막으로 도전한 가격은 69만장 680원까지이다.

부산에 있는 업체라 새벽부터 계약금 5,000만원을 들고 부산 현장으로 찾아갔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2팀이나 대기를 하고 있었고 필자의 계약 여부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계약이 안 되면 무조건 자신들이 전량 매입을 하겠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필자는 도저히 그 이상의 금액으로는 거래를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하기 싫었다. 내가 끼어들 판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유통 시, 적정한 기업마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유통은 신뢰이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상호 도움이 되는 전제가 깔려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제 중국 sourcing & shipping을 전문으로 하는 파트너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중국 광주사무실 출근을 17일로 연기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쪽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국내 많은 제조사들의 원료 수급이 원활치 않아 힘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필자도 손 세정제 500ml 1만개를 월요일에 제조사에 발주를 넣어야 하는데 제조사에서 세정제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상태이지만
중국 사태로 용기가 없다며, 확답을 월요일에 받기로 한 상태이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 속절 없이 떠나는 생명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