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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밥 & 브랜드에이전시

작성자
BrandKim
작성일
2020-12-20
조회
13190
대략 10여년 전일로 기억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평소 잠을 청할 때면 여러 가지 잡생각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꽤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어플을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텍스트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기계음은 딱 질색이고, 일일이 사람 목소리로 녹음을 해야 하는데
많은 양의 콘텐츠를 위해선 관심을 가지는 불특정 다수가 어디서든 녹음을 하고 손쉽게 업로드하는 방식, 그리고 수익쉐어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락의 시간 단위는 자신의 수면리듬에 맞춰 10분 단위로 지정할 수 있게 하자,
나 같은 경우 30분이 좋겠네...만약 30분 안에 잠이 들면 자동으로 꺼지고 잠이 안 들면 다음 단락을 듣기 위해서 어떤 행위에 대한 요청을 하자,
그렇게 하면 다음날 자연스럽게 내가 듣다 잠든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
기존에 나와 있는 베스트셀러도 좋지만 신인작가의 등용문으로 활용하면 사회공헌도 할 수 있겠군...

이렇게 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대박의 꿈을 그리며 허황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런데 책에 대한 저작권은 어떡하지??? 출판사가 가만있을까???”

요즘은 잠들기 전에 유튜브로 이런 저런 영상을 보다 잠이 들곤 하는데 자주 시청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책 소개 콘텐츠이다.
그런데 얼마 전 애청하던 한 채널이 출판사와의 저작권 문제로 인하여 그동안 올렸던 모든 콘텐츠를 내리겠다는 내용의 공지 글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그 유튜버는 수년간 약 7~800여 편의 콘텐츠를 업로드 했고 이를 모두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부 대형 출판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필자가 계산해보니 수년간 그 유튜버는 매일 10시간 이상의 고된 노력을 했어야 가능한 수치였다.
그리고 이제는 매월 만만치 않은 수입이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무(無)로 돌아가야 한다니...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냉정히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를 예상치 못하고 또는 예상을 했더라도 책을 소개해주고 자신의 수많은 구독자들이 책 구매 행위로 이루어진다면
출판사도 나빠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아전인수격 생각으로 수익행위를 한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유튜버는 시즌2를 새롭게 준비하며 시즌2에서는 사전 저작권 협의가 끝난 책들만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면서 나중을 기약했지만
애초 조금만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이런 시행착오는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수년간의 피나는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그리고 구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부디 시즌2에서는 기존 실수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싶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스폰지밥 라이센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필자가 컨트롤하는 브랜드는 대략 3가지의 권한을 가지고 움직인다.

첫째 : 브랜드홀더(상표권자)
둘째 : 브랜드마스터(독점계약권자)
셋째 : 브랜드에이전시(중계)

첫째와 둘째는 거의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라이센시와 협상을 하지만
셋째의 경우 브랜드 홀더나 마스터를 만나서 라이센시를 대신하여 협상을 벌이고 최상의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후 일정 비율의(10%) 수수료를 받는 형태이다.

여기서 많은 분들은 왜 굳이 수수료를 내가면서 대행을 시키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계약 시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상당이 까다롭다.
또한 계약을 하게 되면 수년간 그 계약을 유지해야 하며, 계약 이후의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라이센시들이 처음 상담시에 저는 여행용캐리어를 전문으로 만들기 때문에 캐리어에 대한 계약 체결을 원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럼 필자는 질문한다. 캐리어를 전문으로 만드시더라도 캐리어 위에 올려놓는 보스턴백이나 캐리어 안에 들어가는 파우치,
때에 따라선 우산도 필요하실 것 같은데요?(이는 모두 상표분류표 18류에 해당하는 물품들이다) 제 생각에는 캐리어 단품 보다는 18류 전체로 계약을 체결하시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합니다.
같은 금액에 18류 전체 혹은 연관된 상품군으로 계약을 추진해 보겠습니다.

또 한 가지 간과하지 못할 것은 급한 마음에 계약 종료 이후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라이센싱 계약 기간은 라이센시와 라이센서들이 약 3년 정도를 이야기 한다. 제품을 준비하고 충분히 플레이하기 위해선 그 정도 기간이 적절하다는 공통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제품이 하나 있다고 하자, 이를 파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니즈는 똑 같다. 판매자는 값을 높게 받고 싶을 것이고, 구매자는 싸게 사고 싶은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브랜드는 한번 사고팔면 끝이 아닌 영속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년전 한 라이센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를 정말 잘 운영하여 회사에 꽤 많은 도움도 되었고 브랜드 가치 상승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런데 3년의 계약 종료 후 재계약 시 브랜드홀더가 로열티를 250% 인상하고 권한도 30%로 축소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최초 계약 당시 급한 마음에 혹은 경험이 적은 탓에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예이다.
하여 필자는 반드시 계약 조항에 계약 만료 후 우선권과 로열티 상승률을 직전 금액에 최대 15%이하로 한다는 내용을 기재한다.

물론 이밖에도 몇몇 중요한 체크 사항이 있기는 하나 중략하기로 하고

이번 계약에서도 우선 최초 브랜드마스터가 제시한 로열티 총 금액을 약 00%(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정도 삭감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품목역시 최초 라이센시가 요청한 품목에서 품목군으로 확장하여 계약을 성사시켰다.

평소 필자에게 많은 분들이 상담을 요청해오고 있다.
이분들의 공통된 니즈는 아주 유명한 브랜드를 아주 저렴하게 사용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불가능하다.

아주 유명한 브랜드는 로열티를 떠나서 라이센시의 역량(품질, 생산능력, 확장능력)을 더 우선시하고 여러 라이센스들의 공생과 브랜드가치를 더 중요하게 때문이다.